공용 화장실에 놓인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고체 비누를 보다 보면 '손에 있는 세균을 사멸시키는 비누 자체에도 세균이 자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실제로 비누에도 세균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세균 유무보다 중요한 건, 그 세균이 손을 씻을 때 옮겨오는 지다. 30초 이상 손을 씻는다면 문제없다.
미국 위생용품업체 고조(GOJO) 인더스트리는 2013년 공중화장실 고체 비누가 변기 물보다 더럽다고 발표했다.
세균은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데, 공용비누는 습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세균 번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누의 세정 원리를 살펴보면, 세균이 있는 비누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비누는 물에 잘 녹는 친수성과 기름에 잘 녹는 소수성이 모두 있는 분자로 이뤄진 계면활성제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기름때에 비누의 소수성 부분이 달라붙는다. 이후 물로 손을 씻으면 비누의 친수성 부분이 물에 녹아들어 가면서 기름때가 제거된다.
세균은 대부분 소수성이라서 기름때와 함께 제거된다.
비누 거품을 충분히 내 30초 이상 깨끗이 씻는다면, 비누에 있던 세균부터 내 손에 있는 세균까지 모두 제거된다.
다만 10초 이내로 대충 손을 씻을 땐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 한 과학전문지에서 10초 이내로 대충 씻었을 때와 30초 이상 손을 꼼꼼히 씻었을 때 손의 세균 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꼼꼼히 씻었을 땐 손에 있는 세균이 감소했지만 대충 씻었을 땐 오히려 씻기 전보다 세균이 1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누에 있던 세균이 옮겨온 것이다.
손을 깨끗이 씻으려면 흐르는 물로 양손을 적시고 손바닥에 충분한 양의 비누를 묻힌 후, 거품을 내며 손바닥, 손등, 손가락 사이, 손끝 등을 꼼꼼히 30초 정도 씻어야 한다. 30초는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를 때 걸리는 시간 정도다. 손을 흐르는 물에 헹군 후에는 종이 타월, 핸드 드라이어 등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한편, 다행히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비누에서 번식할 수 없다. 바이러스를 보호하는 외피는 단백질과 지질로 구성되는데, 비누의 계면활성제는 지질을 녹여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