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단 20분 만에 판별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 주역인 포스텍 화학공학과 이정욱(41) 교수는 9일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바로 코로나 방역에 쓸 수 있도록 오미크론 변이를 신속 판별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10일부터 온라인에 연구용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진단 기술은 기존 PCR(중합효소연쇄반응) 유전자 검사가 잡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도 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변이 분석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기존 PCR 유전자 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가 있는지 찾는 방식인데, 해당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변이 바이러스는 찾지 못한다. 이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체 유전자의 염기 서열 분석이 필요하다. 염기 서열 분석은 변이를 구별하는 데 3~5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를 증폭해 전체 서열을 일일이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새로운 진단법은 증폭한 유전자에서 변이가 있는 일부 지점만 확인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새 진단법은 전문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간단하고 쉽게 진단 키트를 만들어 분석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진단 방법은 연구실에 많이 쓰이는 대당 5000만원 이하의 기기만 있으면 된다. 반면 기존 염기 서열 분석에는 기기가 대당 2억원을 넘는 고가의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연구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인 RNA와 결합해 30분 만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러스 RNA와 지퍼처럼 맞물리는 유전 물질에 형광 물질을 붙여, 코로나 유전자를 찾으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는 같은 방법으로 오미크론 변이를 잡을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했다. 지난 2일 이 교수는 인터넷에 공개된 오미크론 변이 유전자의 염기 서열 정보를 받아 연구에 착수했다. 먼저 오미크론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실험실에서 합성하고 여기에 맞물려 결합하는 유전 물질도 합성했다. 그 결과 20분 만에 오미크론 변이를 판별할 수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는 인체 감염의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32개 발생해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의 면역 방어를 회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기존 PCR 검사에서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와 구분이 되지 않는 이른바 ‘스텔스 오미크론’도 등장했다. 코로나 감염 여부를 알려면, 찾고자 하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들의 순서를 모두 해독해야 했다. 예컨대 코로나 유전자를 하나의 문장이라고 가정하면, 검사 시료에서 모든 단어가 코로나와 일치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이다. PCR 유전자 검사는 특정 코로나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인데, 여기에 돌연이가 생기면 놓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연구진은 돌연변이가 생긴 특정 지점만 확인해 오미크론 변이를 가려낸다. 이를 테면 문장에서 오타(돌연변이)가 생긴 지점만 정확하게 찍어내는 식이다. 대규모 검사도 싸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신규 진단법은 값싼 장비를 이용해 시간당 시료 250개를 처리할 수 있는 반면 기존 염기 서열 분석법은 1대당 24시간에 최대 96개를 처리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시료 1개당 재료비도 기존 방식은 48만원이지만 신규 검출법은 5000원에 불과하다. 새로운 기술은 10일 저녁부터 연구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이 교수는 기술 공개와 함께 특허 출원도 할 예정이다. 먼저 많은 곳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용으로 무상 공개하되, 상용화될 경우 특허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임상시험과 당국의 허가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대응 기술 개발에 착수한 지 4~5일 만에 진단 방법을 만든 만큼, 앞으로 새로운 변이 혹은 바이러스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번 기술 공개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국제 협력을 한다면, 상용화 시기도 더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하 ⇒ 원문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