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마릿수 2012년 25만마리→2021년 44만마리 생산액 2018년 595억원→2021년 1775억원 1963년생 은퇴시점인 2019년 이후 급증.. 개 식용 논란도 한몫
국내 염소고기 시장이 큰폭으로 불어나고 있다. 개 식용 논란 장기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 바람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11월 펴낸 ‘2021년 기타가축통계’에 따르면 국내 염소 사육마릿수는 2021년 12월 기준 44만3094마리로 집계됐다. 전년(50만7112마리)와 견줘 12.6%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최근 10년간 추세를 보면 뚜렷한 우상향이다. 2012년 25만7262마리에서 2013년 24만2787마리로 주춤했지만 이후 2019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했다.
김성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염소는 번식력이 강한 반면 근친교배를 하는 습성 등으로 질병에 취약해 사육마릿수 증감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2019년 이후 다소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육농가 규모화도 감지된다.
염소 사육농가수는 2021년 12월 기준 1만982곳이다. 이 또한 1년 전(1만2776곳)과 비교해 14%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염소 사육마릿수가 2021년과 비슷한 2006년(46만7179마리)과 비교하면 농가당 사육 규모가 커졌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사육 농가수는 3만4823곳이었다. 농가수는 3분의 1로 줄어들었는 데도 전체 마릿수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특히 1~4마리를 키우는 영세 농가가 2006년엔 1만8753곳으로 전체이 53.9%에 달했지만 2021년엔 3414곳으로 31.1%에 그쳤다.
생산액 증가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염소 생산액은 2015년 758억원에서 2016년 672억원, 2017년 797억원, 2018년 595억원 등 등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후 2019년 1244억원으로 2배 이상 껑충 뛴 뒤 2020년 1526억원, 2021년 1775억원으로 성장했다. 3년새 2.9배 증가한 것이다.
염소 사육 저변이 넓어진 것은 사회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진청 관계자는 “염소는 사육하기가 비교적 쉽다 보니 도시민들이 은퇴 후 귀농할 때 상대적으로 많이 선택하는 축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생산액이 큰폭으로 오른 2019년은 1963년생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조기 은퇴한 시기다.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생을 일컫는다.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 분위기가 염소 사육마릿수 증대에 기여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개 식용 논란도 염소고기 인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선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개 식용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빠르게 확산한다.
농식품부가 이달 2일 내놓은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거주지에서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은 25.4%였다. 가구로 환산하면 4곳 중 1곳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개 식용 종식 문제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정부조차 2021년 11월 공식 뛰어들었다. 국정현안전검조정회의를 열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기로 했고, 곧 이은 12월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고 농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차관이 참여한다. 이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개 사육농가와 음식점·유통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다.
위원회는 운영기간이 당초 2022년 4월까지였지만 6월까지 한차례 연장된 후 7월 또 다시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정권이 바뀐 지금에도 활동기간을 이어간다.
이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보신탕집 등에 대한 발길이 뜸해졌고, 매출 감소를 겪은 상당수 전문점이 염소·오리·닭 등의 요리를 취급하는 보양식 전문점으로 속속 전환됐다.
염소고기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약용으로 주로 소비되던 흑염소가 소비 저변이 넓은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면서다.
관련 당국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농진청은 지난해 11월, 5년 만에 개정하는 ‘한국가축사양표준’에 염소를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한우·젖소·돼지·가금 등 4대 축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염소는 최근 10년 사이 사육마릿수의 급격한 증가와 농가 요구를 고려해 처음으로 사양표준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우려가 없지는 않다. 변용효 충남그림팜흑염소농장 대표는 “분위기에 휩쓸려 덜컥 염소부터 구입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키우기 쉽다는 말만 딛고 무턱대고 사육에 뛰어들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하 ⇒ 원문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