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 되면 목장이나 동물원 등에서는 양들의 출산 시즌을 맞이한다. 귀여운 새끼 양들이 탄생하고 여기저기서 미소 짓는 어미와 새끼 양들의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는 어미를 잃거나 육아가 포기된 새끼 양들도 나타난다. 이런 양들을 위해, 보통은 새끼를 잃은 어미 양과의 매칭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새끼 양들의 어미 대역은 놀랍게도 같은 목장에 사는 토끼였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어드벤처파크 Auchingarrich Wildlife Centre에서도, 새끼 양들의 출산 러시를 맞이했는데, 매년 극소수이긴 하지만 육아가 포기된 새끼들도 나타난다고 한다. 어미 양에게서 젖이 나오지 않거나 새끼 양이 젖꼭지를 빨 힘이 없는 등 그 원인은 여러 가지. 그러나 어미 양에 의지하여 몸을 따뜻하게 덥히지 못하거나, 젖을 먹지 못하면 새끼 양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센터에서는 젖도 정확히 하루에 5번, 인간의 손으로 먹인다. 새끼 양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손수 짠 스웨터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역시, 어미의 따뜻한 온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새끼 양들이 먹이를 먹는 오두막 칸막이 너머에는,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새끼 양들은 이 이웃에 흥미진진.
토끼의 이름은 “밀리”라고 하며, 콘티넨탈 자이언트 래빗이라는 세계 최대(最大)급 품종이다. 하지만, 그 덩치 때문에 밀리는 외톨이였다. 토끼는 원래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밀리도 친구가 필요했다. 외톨이인 밀리와, 어미를 잃은 새끼 양들. 그래서 사육사들은 그들을 한군데서 같이 지내도록 해 보았다.
그 결과는 대성공. 밀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되었고, 새끼 양들의 자상하고 따뜻한 엄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제 곧 스웨터도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한 계절이 올 것이고, 토끼와 새끼 양, 얘들은 앞으로도 계속,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다.
이 센터에는 염소나 토끼뿐만이 아니라, 40종류의 생물들이 사육되고 있으며, 얘들과 접촉할 수 있는, 말하자면 동물들의 테마파크이다. 스코틀랜드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 센터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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