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羊)이라고 해서 편안히 빈둥빈둥 거리기 만하는 양순한 축생(畜生)이 아니다. 혹시 사육 경험이 있거나 가축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지 모르나, 보기와 다르게, 어떤 때는 거친 피가 용솟음치는 전투민족이며, 또 어떤 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왠지 기분 나쁜 악마의 심부름꾼 같을 때도 있다. 마치 피라미드 같은, 계단 모양으로 높게 쌓여진 건초더미 산. 그 산을 한 마리의 양이 올라간다.
그리고 훌쩍 밖으로 나가버렸다. 소위 탈주?
지붕을 타고 맞은쪽까지 가버린 양. 그런데 아무래도 막다른 곳 같다. 더 이상의 도주는 포기한 모양.
실망하는 기색도 없이, 건초 산을 뛰어내려 오는 양.
이번에는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다녀왔어요 ―」
순간의 모험이 즐거웠을까? 마지막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리 안으로 아무 일도 않는 듯 섞여들어 간 탈주범이지만, 주변의 양들은 내심 박수갈채였을까, 아니면 「무리였다, 알고 있었어.」라고 쿨하게 맞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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