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세포에 쌓인 지방을 직접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이현범·박진영 박사팀, 한양대학교 이준석·전대원 교수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치료제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질병이다.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지만 그대로 두면 간염·간경변·간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쌓인 지방간을 없앨 수 있는 약이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치료는 주로 식이 조절이나 운동, 약물을 통해 지방 대사 과정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 지방간 세포 직접 없앤다.
연구팀은 먼저 간세포 안에 축적된 ‘지방 방울(lipid droplet)’에 주목했다. 간에 쌓이는 지방은 이 지방 방울이라는 작은 덩어리 형태로 존재한다. 지방 방울이 많을수록 간이 손상되고 염증도 잘 생긴다.
연구팀은 지방 방울을 줄이기 위해, 지방을 잘 붙잡는 물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하나로 합친 나노 크기의 치료제(LDI·Lipid Droplet Inhibitor)’를 설계했다.
LDI가 간세포 안으로 침투해 지방 방울 표면에 달라붙어 지방 방울이 더 커지는 것을 막고, 이미 쌓인 지방을 직접 분해하는 것이다. 쌓인 지방간 세포의 원인 물질 자체를 바로 없애는 방식이다.
■ 간 손상 정도 84% 개선
연구팀은 LDI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지방간이 생긴 실험쥐에 주입했을 때, 간에 쌓인 지방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염증 반응도 크게 감소했다. 간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도 최대 84%까지 개선됐다.
연구팀은 “독성이나 심각한 부작용도 거의 관찰되지 않아, 실제 치료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에 개발한 치료제가 지방간 질환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비만 치료제 성분인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 비만을 늦춤으로써 지방간도 적게 쌓이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면, 이번 KIST·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제는 ‘이미 쌓인 지방을 직접 제거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10월 4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매터리얼즈’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KIST 이현범 박사는 “그동안 지방간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간 건강 회복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앞으로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치료제 개발을 계속해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 하 ⇒ 원문 가기